[논쟁하니]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유책주의 vs 파탄주의
2024.07.04최근 유책배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위자료 20억을 지급하라’는 대한민국 초유의 판결이 나왔다. 이혼소송에 있어서 아직도 유책주의가 공고히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해준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유책배우자인 최 회장이 제기했고 처음에는 노 관장이 이혼에 반대해 이혼의 성립 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결국 노 관장의 이혼 동의로 더는 쟁점이 되지 않았지만 그러다보니 또다시 파탄주의 도입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이 논의는 2015년 7월 대법원에서 공개변론을 열어 ‘유책주의 원칙유지’로 결론을 낸 바 있다. 파탄주의를 도입해야한다는 입장의 주된 논거는 이미 끝난 결혼을 유지하는 것은 유책배우자의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고, 파탄주의 도입이 세계적 추세라는 것이다. 당시 간통죄 폐지도 파탄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더했다. 필자는 당시 유책주의 예외를 확대하되 파탄주의 도입은 우리 민법에 맞지 않고 유책주의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변론을 펼쳤고, 다행히 파탄주의 도입이 저지되었다. 그렇다면 2024년 우리는 이제 파탄주의를 도입해도 되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다시 한번 당시 변론내용 중 핵심이 되었던 부분을 되짚어 본다.첫째, 유책배우자의 행복추구권도 제한돼야 하는 권리이지 절대적 권리일 수 없다.
혼인 생활은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결정돼야 하고 국가가 이를 결정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권리가 그러하듯 유책배우자의 행복추구권도 무제한 보호될 수 없으며 더군다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보호될 수는 없다. 두 권리가 충돌할 경우 즉 책임이 없는 배우자와 자녀의 행복추구권이 충돌할 경우 누구의 권리를 우선해야하는지 우리는 판단할 수 있고 또 판단해야 한다. 더구나 국가는 헌법상 혼인과 가족생활제도를 보장해야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기에 그 후견인적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 법원이어야 한다.
파탄주의를 도입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많은 나라도 ‘가혹조항’ ‘축출이혼 금지조항’을 두어 상대 배우자와 그 자녀의 보호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 즉 약자인 상대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의 심각한 경제적 곤란과 고통을 외면하는 권리는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민법에는 이혼사유로 6가지를 규정하고 있을 뿐 이러한 ‘가혹조항’이나 ‘축출이혼금지조항’이 없다. 따라서 민법 개정이 없는 상태에서 파탄주의 도입은 어렵고 유책주의를 유지해야 하는 필요성은 매우 절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