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수성가형 아냐"… 최태원의 '부친 높이기' 재산분할 깎을 수 있을까
2024.06.19회장 개인의 이혼 송사에 그룹 차원의 대응을 공식화한 SK 측의 핵심 주장을 요약하면 "최태원 회장이 회사 성장에 미친 영향을 법원이 과대평가했다"는 것이다. 부친(최종현 선대회장) 생존 당시 재계 서열 5위(1997년 선경)였던 그룹을 서열 2위까지 키운 대기업 총수가 자기 성과를 축소히며 사실상 '셀프 디스'를 한 것이라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최 회장이 아버지 성과를 높이고 자신을 낮춘 것은 결국 자기가 불린 재산 액수를 최대한 축소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 기여분 또는 기여 비율을 낮추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나온 SK그룹의 입장문에서 법조계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1998년을 기준으로 비교한 SK 주식 가치 변동이다. 재판부가 판단한 '최종현 선대회장 사망 전후 상승폭 변화'(125배→160배) 대비 최 회장의 경영 기여도가 과도하게 높게 인정됐다는 주장을 펼쳐,노 관장 몫의 재산분할 비율(35%)을 줄이려는 게 SK 측 의도라 추정하는 것이다.
이혼 전문인 김신혜 법무법인 한경 변호사는 "재산분할의 변수는 '대상이 되는 부부공동재산을 어떻게 볼 것이냐'와 '각자의 기여도를 어떻게 따질 것이냐'"라면서 "배우자 한쪽 명의로 된 재산이라도 혼인생활 중 유지에 기여한 상대방 지분을 인정하는 게 판례라, 노 관장의 내조하에 최 회장이 그룹을 이끈 1998년(최종현 사망) 이후 실적을일부러 평가절하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2심에서 뒤집힌 특유재산(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 및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분할대상 아님) 여부를 다시 쟁점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1심이 최 회장의 SK㈜ 주식 1,297만여 주를 '결혼 전 증여' 재산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적이 있는 만큼, 최 회장 입장에선 대법원에서 재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 SK㈜ 주식이 최 회장 재산의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것이재산분할 액수를 가장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전날 SK그룹 역시 증여세 납부 사실을 근거로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항소심에서 대패한 최 회장 입장에선 이렇게 여러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전략'이 될 수 있다. 결론을 바꿀 수 없다면 판결 확정 시점이라도 최대한 뒤로 미뤄야 소송비용에 대한 지연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1조3,808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1일 이자만 2억 원에 육박한다. 이혼 전문인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어떻게든 상고 이유를 만들어서 2, 3년이라도 시간을 벌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