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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포럼] 남편 사망 후 살던 집, 자녀에게 빼앗긴 사연

2021.06.28

 

생활 법률 강의를 하다 보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법과 실제 법이 다르다는 걸 알고 나서 당혹스러워하는 분들을 꽤 만난다. 남편이 사망하면 아내가 남편 재산의 절반을 상속받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이 많다. 결혼 이후 형성된 재산은 부부의 공동 재산이라고 보아 이혼할 경우 재산 분할 비율이 대등하게 되는 추세이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 민법에서 상속은 그렇지 않다.

가령 남편 명의로 집이 한 채 있고

자녀가 여럿인 가정에서

남편이 어느 날 사망했다고 가정해보자.

생존 배우자인 아내는 어제까지 남편과 함께 평생 일군 부부의 공동 재산인 ‘우리 집’에서 전혀 문제없이 잘 살고 있었다. 그러나 민법에 따르면 남편이 사망했을 때 ‘부부 공동 재산’은 ‘상속 재산’으로 바뀐다. 아내인 어머니가 남편의 재산을 놓고 여러 자녀와 동등한 지위에서 상속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배우자는 상속분으로 각 자녀 몫의 1.5배를 할증해 받을 수 있지만, 자녀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살던 집에서 계속 살 수 없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설마 자녀들이 그렇게 야박하게 나올까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런 분쟁은 생각보다 많다. 자녀들이 상속분을 달라고 하는 바람에 어머니가 다 나눠주고 나니 전셋집 들어갈 돈도 마련하지 못해 결국 극빈층으로 전락한 사건을 실제로 본 적 있다. 만약 아내가 남편이 살아있을 때 이혼했더라면 재산 분할로 절반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평생 해로했는데 오히려 이혼한 경우보다 재산을 받을 수 없다니 아내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대부분 선진국은 생존 배우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영국은 ‘재산 분할’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 즉 “혼인이 사망에 의해 해소되지 않고 이혼 명령에 의해 해소되었더라면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을 급부를 고려한다”고 하여 이혼할 때 재산 분할과 비슷한 정도로 생존 배우자의 상속분을 보장한다. 미국은 생존 배우자의 상속 지분을 먼저 떼어놓고 남은 부분만 자녀 또는 혈족에게 배분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3년 이런 규정을 도입하려고 했다. 즉 ‘생존 배우자가 혼인 기간 동안 증가한 피상속인의 재산에서 채무를 공제한 액수의 2분의 1을 먼저 취득하고 나머지 재산을 상속’받는 ‘배우자 선취권’을 담은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반발에 부딪혀 좌초되고 말았다.

배우자에게 단독 상속권을 인정하는 나라도 있다. 스웨덴은 생존 배우자와 자녀가 있을 때 배우자가 단독 상속인이 된다고 규정한다. 네덜란드도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 배우자가 사실상 모든 재산을 단독으로 상속받는다. 독일은 생존 배우자가 직계 비속과 공동 상속을 받을 경우 상속 재산의 2분의 1, 피상속인의 부모·조부모 및 그 직계 비속과 공동으로 상속받을 때에는 상속 재산의 4분의 3을 받는다. 이렇게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배우자의 상속권을 보호하고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생존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으로 살아야 할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자녀들에게 부양받을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생존 배우자의 상속권 보장이 더 절실한 이유다.

최소한 배우자의 사망으로 살던 집에서조차 살지 못하고 자녀들에게 사정하거나 내쫒기는 일이 없도록

생존 배우자를 보호할 길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배우자 상속권과 관련된 민법 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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